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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미셸 오바마 | 인문

"전 영부인의 솔직하고 감동적인 회고록."

비커밍 (Becoming)

우리는 완성되지 않았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의 것이다.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이다."

비커밍 중에서

미셸 오바마의 이 문장은 책의 심장을 관통하는 가장 날카롭고도 따뜻한 진실이다. 이 문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잠시 책장을 넘기는 것을 멈추고 숨을 골라야만 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기대를 자신의 목소리보다 더 크게 듣고 사는가. ‘나’의 이야기는 온전히 ‘나’의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의 서사에 개입하고, 각본을 수정하며, 심지어는 결말을 멋대로 규정하려 든다. 이 문장은 그 모든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나의 서사를 지켜낼 권리가 나에게 있음을,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임을 선언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것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 강력한 권한의 부여였다.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이란, 수많은 각색과 편집의 유혹을 물리치고 자신의 언어로 고유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투쟁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 미셸 오바마는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한다. 가장 위대한 이야기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임을.

왜 지금, 우리는 ‘되어가는’ 과정에 주목해야 하는가

소셜미디어가 잠식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완성된 삶’의 이미지를 강요받는다. 성공적인 커리어, 완벽한 가정, 화려한 성취의 순간들. 타인의 삶은 언제나 최종 편집본처럼 반짝이지만, 정작 나의 삶은 수많은 NG와 미완성된 장면으로 가득한 촬영 원본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과 조급함 속에서,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은 마치 잘 차려진 만찬이 아닌, 투박하지만 정성껏 재료를 다듬고 끓여내는 주방의 과정을 보여주는 듯한 책이다. 이 책은 ‘무엇이 되었는가(became)’가 아닌 ‘무엇이 되어가는가(becoming)’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이 바로 지금 이 책이 우리에게 절실한 이유다.

나는 이 책을 집어 들기 전, 일종의 성공한 퍼스트레이디의 화려한 회고록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나의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이 책은 백악관의 주인이었던 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카고 남부의 평범한 흑인 소녀가 변호사, 아내, 어머니, 그리고 사회적 리더로 끊임없이 자신을 확장하고 재정의해 나가는 한 인간의 치열한 성장 기록이었다. 저자 미셸 오바마는 단지 버락 오바마의 아내로서가 아닌, 그 자신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분투했던 수많은 날들을 지극히 솔직한 언어로 풀어낸다. ★ 그녀는 우리에게 결과물이 아닌 과정의 가치를, 정상이 아닌 여정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깊은 위로를 건넨다. 이 책은 성공의 정점에서 쓴 자서전이 아니라, 여전히 ‘되어가는 중’인 한 인간이 우리에게 보내는 진솔한 초대장과 같다.

체크리스트의 배신: ‘완벽’이라는 환상

많은 이들이 그렇듯, 젊은 시절의 미셸 오바마는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해진 체크리스트를 착실히 채워나가는 모범생이었다. 좋은 성적, 명문 대학, 안정적인 직장. 그녀는 사회가 제시하는 성공의 공식을 충실히 따랐고, 마침내 시카고의 대형 로펌에 입사하며 그 모든 항목에 체크 표시를 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 성취의 정점에서 그녀는 깊은 공허함과 마주한다.

"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왜 그곳으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비커밍 중에서

이 고백은 오늘날 수많은 청춘들의 내면을 대변하는 듯하다.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묻기보다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사회적 압박에 떠밀려 살아간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가고,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그 모든 과정이 마치 인생의 정답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모든 체크리스트를 채운 뒤에 남는 것은 과연 충만한 행복일까? 미셸은 그렇지 않았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마치 잘 짜인 각본을 연기하는 배우의 삶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이것은 단순히 한 개인의 번아웃 이야기가 아니다. ★ 이는 사회가 설계한 성공의 로드맵이 개인의 고유한 열망과 만날 때 발생하는 필연적인 균열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나 ‘대사직(The Great Resignation)’ 현상은 바로 이 체크리스트의 배신과 맞닿아 있다. 주어진 역할과 업무에 최소한의 노력만을 들이거나, 아예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이들의 저변에는 ‘이것이 진정 내가 원했던 삶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깔려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사회가 정해준 성공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셸 오바마가 안정적인 변호사 생활을 뒤로하고 비영리 단체로 이직을 결심한 순간은, 바로 이 거대한 흐름의 선구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체크리스트를 찢어버리는 용기를 통해 비로소 ‘나다운 삶’으로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우리’라는 이름의 딜레마와 ‘방향 전환’의 지혜

한 개인의 ‘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미셸 오바마의 삶에서 그 변곡점은 단연 버락 오바마와의 만남이었다. 그녀는 이 책에서 남편의 정치적 야망이 자신의 삶과 충돌하며 겪었던 내면의 갈등을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두 개의 독립된 세계가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치열한 협상과 타협, 그리고 성장에 관한 기록이다. 그녀의 철학은 ‘희생’이 아닌 ‘조정’에 맞춰져 있었다. 사회는 종종 여성에게 관계 속에서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강요하지만, 그녀는 관계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그녀가 제시하는 핵심적인 지혜는 바로 ‘방향 전환(Swerving)’의 개념이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의 변수 앞에서 좌절하는 대신, 기꺼이 핸들을 꺾어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유연함. 만약 그녀가 이 ‘방향 전환’의 지혜를 실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그녀가 변호사로서의 커리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남편의 정치적 여정을 끊임없이 원망하고 발목을 잡았다면, ‘버락과 미셸’이라는 ‘우리’는 결코 지금과 같은 단단한 파트너십을 구축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의 관계는 깊은 불만과 회한으로 서서히 금이 갔을 것이며, 이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역사의 흐름까지도 바꾸었을지 모른다. ★ 결국 건강한 ‘우리’는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경로를 수정하고 새로운 길을 함께 탐색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나아가 퍼스트레이디라는 공적인 역할 속에서도 그녀는 이 지혜를 발휘한다. 정형화된 내조의 역할을 거부하고, 아동 비만 퇴치나 여학생 교육 지원과 같은 자신만의 의제를 설정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것은 ‘퍼스트레이디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길에서 과감히 ‘방향을 전환’한 결과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주어진 역할이나 직책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 그 역할의 정의는 스스로 내리는 것이며, 그 안에서 얼마든지 자신만의 가치를 실현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체크리스트를 내려놓기까지

책을 읽는 내내 나는 10년 전, 첫 직장을 그만두던 날의 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나는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에 입사했고, 부모님의 자랑이었으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소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미셸 오바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학창 시절부터 치열하게 쌓아 올린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거의 완성한 상태였다. 그러나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무력감에 시달렸다. 심장이 뛰는 일이 아니라, 그저 ‘해야만 하는 일’들을 처리하며 나의 하루가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책을 읽기 전의 나는 그 시절의 선택을 일종의 ‘실패’ 혹은 ‘일탈’로 여겼다. 안정적인 궤도를 스스로 벗어난 무모한 결정이었고, 그로 인해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미셸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나의 과거를 재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렌즈를 얻게 되었다. 그녀가 로펌을 떠나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것처럼, 나의 퇴사 역시 실패가 아니라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한 용기 있는 ‘방향 전환’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것은 사회가 만든 체크리스트를 거부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쓰기 위한 첫 문장이었다.

"성장은 종종 불편하고, 변화는 두려운 법이다."

비커밍 중에서

미셸의 이 말은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자, 현재의 나에게 건네는 위로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더 이상 내 삶의 구불구불한 궤적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명문대를 나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가 갑자기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들고,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는 나의 모습은 ‘변덕’이나 ‘부적응’이 아니라, 끊임없이 더 나은 나를 찾아가는 ‘비커밍’의 과정 그 자체였다. ★ 이 책은 나의 지난 선택들을 긍정하게 했고, 앞으로의 불확실한 여정 또한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맞이할 용기를 주었다. 나는 이제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기꺼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는 미완의 존재임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인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가

『비커밍』은 한 사람의 자서전을 넘어,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철학서에 가깝다. 미셸 오바마는 자신의 삶을 통해 ‘인생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진리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대통령의 부인, 변호사, 어머니라는 명사로 규정될 수 있는 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흔들리고, 적응하고, 성장하는 ‘되어가는(becoming)’ 동적인 존재로서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힘에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잃지 않고 있는가?

★ 이 책은 자신의 길에 대해 확신이 없는 사람,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압박에 지친 사람, 그리고 삶의 중요한 변곡점에서 다음 걸음을 내딛기 두려운 모든 이들에게 강력한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완벽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 각자의 가슴속에 자신만의 답을 찾아 나설 용기의 불씨를 지펴준다. 당신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은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중이다. 그 자체로 충분히 위대하고 아름다운 여정이다.


【지혜의 갈무리】

책을 선택한 이유

‘완성된 삶’의 이미지만을 강요하는 시대 속에서, 과정의 가치와 성장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다. 성공의 결과가 아닌, 그 이면에 숨겨진 한 인간의 진솔한 고뇌와 성찰을 통해, 나 자신의 삶의 여정을 긍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자 이 책을 선택했다.

저자 소개

미셸 오바마는 미국의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배우자이자, 미국 역사상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퍼스트레이디다. 프린스턴 대학교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퍼스트레이디 시절 아동 건강, 여학생 교육 등 자신만의 뚜렷한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추진하며 대중의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비커밍』은 그녀의 첫 회고록으로, 정치적 인물의 아내가 아닌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 서사를 담아내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추천 대상

자신이 정한 길이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2030대, 일과 가정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워킹맘, 혹은 인생의 중반부에서 새로운 ‘방향 전환’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당신의 불안이 성장의 증거임을 알려주는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지혜의 요약

1. 당신의 이야기는 오직 당신의 것이다. 타인의 기대나 사회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로 서사를 써 내려갈 권리를 포기하지 마라.

2. 사회가 제시하는 ‘성공의 체크리스트’는 종종 공허함을 남긴다. 진정한 만족은 정해진 길을 따를 때가 아니라, 나다운 길을 개척할 때 찾아온다.

3. 인생은 직선이 아니다. 계획에서 벗어나는 ‘방향 전환(Swerving)’을 실패가 아닌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가져라.

참고 도서: 비커밍 / 저자: 미셸 오바마 / 출판사: Whiteboard Publishing

저작권 고지 문구:
본 콘텐츠는 독자의 인사이트와 성찰을 담은 창작 에세이입니다. 원저작물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으며, 독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감상과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원저작물의 저작권은 저자 및 출판사에 귀속되며, 본 에세이는 해당 저작물과 독립적인 2차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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