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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저스

조나 버거 | BOOK

우연을 가장한 필연, 모든 유행 뒤에는 설계된 공식이 숨어있다.

"사람들은 똑똑해 보이고 싶어 남들에게 정보를 공유한다."

컨테이저스 중에서

조나 버거의 이 문장은 단순한 통찰을 넘어, 우리가 소셜 미디어 피드를 스크롤하며 무심코 ‘공유’ 버튼을 누르는 행위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동기를 날카롭게 꿰뚫는다. 우리는 단순히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선량한 메신저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공유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지적 수준, 취향, 유머 감각, 심지어는 사회적 지위까지 암시하려는 욕망의 수행자에 가깝다. 내가 공유하는 링크 하나, ‘좋아요’를 누른 게시물 하나가 모여 ‘나’라는 사람의 디지털 페르소나를 구축하는 것이다. 결국, 정보의 확산은 이타심의 발로라기보다는, 정교하게 계산된 자기표현의 한 형태일 수 있다는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 우리가 무언가를 공유하는 행위는 정보 전달을 넘어,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전시하는 행위다. 이 깨달음은 우리가 온라인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정보의 파도가 결코 순수하지 않으며, 그 배후에는 언제나 그것을 퍼뜨리는 사람의 욕망이 녹아 있음을 상기시킨다.

왜 어떤 것은 뜨고 어떤 것은 사라지는가

정보 과잉의 시대,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 외치지만 대부분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진다. 매일 수백 개의 신제품이 출시되고, 수천 개의 콘텐츠가 업로드되며, 수만 개의 아이디어가 제안되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 각인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는 이 현상을 그저 ‘운’이나 ‘타이밍’의 문제로 치부하곤 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마케팅이 처참히 실패하는가 하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작은 아이디어가 하룻밤 사이에 세상을 뒤흔드는 기현상을 목격하며, 유행이란 예측 불가능한 신의 영역이라 여겼다. 바로 이 지점에서 와튼스쿨 마케팅학 교수인 조나 버거의 『컨테이저스』는 강력한 반론을 제기한다.


이 책은 혼돈처럼 보이는 바이럴 현상 속에 숨겨진 명확한 질서와 법칙이 존재한다고 선언한다. 저자는 마치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를 추적하는 역학조사관처럼, 수많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해부하며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6가지 핵심 원리, ‘STEPPS’를 발견해낸다.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단순한 마케팅 지식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 왜 우리는 특정 이야기에 열광하고, 특정 밈(Meme)을 따라 하며, 특정 제품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가에 대한 인간 행동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 이 책은 유행을 ‘운’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내린다. 그리고 그 과학의 중심에는 기술이나 자본이 아닌,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심리와 욕망이 자리하고 있음을 명쾌하게 증명한다.

보이지 않는 화폐, 소셜 화폐의 법칙

책의 첫 번째 장을 넘기자마자, 나는 ‘소셜 화폐(Social Currency)’라는 개념에 매료되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 보이지 않는 평판과 인정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소셜 화폐를 거래하고 축적한다. 저자는 뉴욕의 전설적인 비밀 바(Bar), ‘플리즈 돈 텔(Please Don't Tell)’의 사례를 통해 이 개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비밀은 공유하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소셜 화폐다."

컨테이저스

이 바는 간판도, 공개된 전화번호도 없이 오직 핫도그 가게 안 낡은 공중전화 부스를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극단적인 폐쇄성은 오히려 그곳을 아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소셜 화폐를 부여했다. 그 비밀스러운 공간에 다녀온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특별한 정보를 아는’, ‘남다른 센스를 가진’ 인사이더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기 위해 그곳에 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소유하기 위해 갔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최고의 광고가 되어 또 다른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이 원리는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한정판 스니커즈에 열광하고, ‘나만 아는 맛집’ 리스트를 공유하며, 남들이 모르는 숨겨진 여행지를 찾아 SNS에 올리는 모든 행위가 바로 소셜 화폐를 축적하고 과시하는 과정이다. 기업이나 개인은 고객에게 단순히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자랑하고 싶어 할 만한 ‘내적 비범성’을 설계해야 한다. ★ 사람들은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부여하는 ‘특별함’이라는 가치를 소비하고 공유한다. 이것이 소셜 화폐의 핵심이며, 입소문의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일상에 스며드는 계기와 메시지를 품은 이야기

『컨테이저스』가 제시하는 또 다른 강력한 통찰은 ‘계기(Triggers)’와 ‘이야기(Stories)’의 법칙이다. 우리는 특정 제품이나 아이디어가 얼마나 흥미로운지에만 집중하지만, 조나 버거는 사람들이 그것을 ‘언제’ 떠올리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킷캣(Kit Kat)이 ‘커피와 함께하는 휴식’이라는 계기를 점령함으로써 평범한 초콜릿 바에서 특별한 존재로 거듭난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실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킷캣을 떠올리게 되었고, 이는 어떤 광고보다 강력한 구매 유인으로 작용했다.


만약 저자의 제안을 무시하고, 그저 제품의 우수성만을 알리는 데 집중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책에 등장하는 에비앙(Evian)의 ‘롤러 베이비’ 광고 사례가 처참하게 증명한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아기들의 귀여운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바이럴되었고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에비앙의 매출은 하락했다. 사람들은 아기들의 재롱에 열광하고 영상을 공유했지만, 그 이야기가 ‘에비앙 생수를 마셔야 하는 이유’와는 전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강력했지만, 그 안에는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내용물 없이 화려하게 포장된 선물 상자와 같았다.

"이야기는 정보를 실어 나르는 트로이의 목마와 같다."

컨테이저스 중에서

저자의 이 비유는 이야기성의 법칙을 관통한다. 서브웨이의 재레드 포글 이야기가 성공한 이유는, 그 이야기가 ‘서브웨이는 건강한 다이어트 식단이 될 수 있다’는 핵심 메시지를 품은 완벽한 트로이의 목마였기 때문이다. ★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지 않다면, 그것은 그저 잘 만든 단편 영화일 뿐 성공적인 광고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지, 이야기를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가장 쉽게 잊어버리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실패한 프로젝트와 뒤늦은 깨달음

이 책을 읽는 내내 몇 년 전의 부끄러운 실패 경험 하나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대학 시절, 나는 작은 독서 동아리의 홍보를 맡은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는 야심 차게 ‘고전 깊이 읽기’라는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기획했다. 나는 밤을 새워 포스터를 만들고, 우리가 다룰 책이 얼마나 위대한 작품인지, 세미나의 학술적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빼곡하게 적어 교내 게시판 곳곳에 붙였다. SNS에도 시간, 장소, 발표자 정보 등을 최대한 상세하고 정확하게 올렸다. 결과는 어땠을까? 예상했겠지만, 처참했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텅 빈 강의실에는 동아리 회원 몇 명만이 뻘쭘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저 ‘홍보가 부족했다’거나 ‘학생들이 고전에 관심이 없다’며 외부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컨테이저스』를 읽고 난 지금, 실패의 원인은 명백했다. 나의 홍보물에는 STEPPS의 6가지 원칙 중 단 하나도 담겨 있지 않았던 것이다. 소셜 화폐는커녕 ‘고리타분한 공부 모임’이라는 인상만 주었고, 학생들의 일상과 연결될 만한 어떠한 계기도 없었다. 감성을 자극하지도,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눈에 띄게 만들지도(대중성), 참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용적 가치를 명확히 제시하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어떠한 ‘이야기’도 없었다. 그저 정보의 나열만 있었을 뿐이다.


만약 지금 다시 그 세미나를 기획한다면, 나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다. ‘남들은 모르는 고전 속 숨겨진 인생의 비밀을 가장 먼저 엿볼 기회’라며 소셜 화폐를 자극하고, ‘매주 금요일, 지적인 불금을 보내는 새로운 방법’이라며 계기를 만들 것이다. 세미나 현장의 열띤 토론 모습을 영상에 담아 대중성을 확보하고, 참석자들이 공유할 만한 인상적인 문구나 디자인 굿즈를 만들어 행동적 잔여를 남길 것이다. ★ 책을 읽기 전의 나는 ‘무엇을 알릴까’에만 몰두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왜 이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할까’를 먼저 질문하게 되었다. 이 작은 관점의 변화야말로 이 책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유행을 넘어, 연결을 만드는 지혜

『컨테이저스』는 단순한 마케팅 서적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 책은 정보와 아이디어가 어떻게 인간의 심리를 타고 흐르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사회과학 보고서이자,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 타인에 의해 조용히 전염되는지를 보여주는 매혹적인 심리 탐사다. 조나 버거가 제시하는 STEPPS 프레임워크는 너무나 명쾌하고 실용적이어서, 책을 닫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얻게 된 듯한 기분마저 든다.


이제 길거리의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을 볼 때, SNS를 휩쓰는 챌린지를 볼 때, 친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새로운 맛집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그 현상 이면에 작동하는 STEPPS의 원리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것은 소셜 화폐일까, 아니면 강력한 계기가 작동한 것일까? 어떤 감성을 자극했기에 이토록 빠르게 퍼져나갔을까? 그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이처럼 현상을 분석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 『컨테이저스』는 단순히 ‘퍼뜨리는 기술’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연결하는 ‘관계의 과학’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나 제품, 혹은 신념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전략서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지혜로운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지혜의 갈무리】

책을 선택한 이유

정보와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 좋은 아이디어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의 메시지가 소음 속에 묻히지 않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해답을 얻고 싶었습니다. 유행을 ‘운’이 아닌 ‘설계’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 심리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자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저자 소개

조나 버거(Jonah Berger)는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마케팅학 교수입니다. 사회적 영향력, 입소문, 바이럴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복잡한 사회 현상을 명쾌한 이론과 풍부한 사례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의 연구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사회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아우르며, 왜 사람들이 특정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을 제공합니다.

추천 대상

이 책은 마케터나 광고인에게는 필독서와 같지만, 그들만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자신의 콘텐츠가 더 많이 읽히기를 바라는 크리에이터, 조직 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설득하고 확산시키고 싶은 리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파하려는 활동가, 혹은 그저 세상의 유행과 트렌드 뒤에 숨겨진 심리가 궁금한 모든 지적 탐험가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지혜의 요약

1. 사람들은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소셜 화폐’가 되는 이야기를 공유한다.

2. 일상 속 ‘계기’는 특정 브랜드를 꾸준히 상기시키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3. 메시지는 반드시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트로이의 목마에 태워 보내야 한다.

참고 도서: 컨테이저스 / 저자: 조나 버거 / 출판사: Whiteboard Publishing

저작권 고지 문구:
본 콘텐츠는 독자의 인사이트와 성찰을 담은 창작 에세이입니다. 원저작물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으며, 독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감상과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원저작물의 저작권은 저자 및 출판사에 귀속되며, 본 에세이는 해당 저작물과 독립적인 2차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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